나는 성이 두 개다. 프랑스인과 결혼했으니까 세 개인가? 요즘 남편성으로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얼마전 서류작업할게 있었는데, 맘대로 내 성을 남편 성으로 바꿔버려서 서류 바꿔달라고 요청한적이 없다. 난 바꾼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마음대로 바꾸는지는 의문….
각설하고, 나는 전주 류씨(全州 柳氏) 낙공봉파 24대손으로 (아버지 영향으로 자세히 알고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류씨 로 살아왔다. 왜 평생을 산게 아니고 대부분을 그렇게 살아왔냐고? 어렸을때는 유씨였다. 류 柳 씨, 라 羅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류씨 ? 유씨 ?
본래 유씨성을 가진 집안도 있지만, 우리집은 대대로 류씨였다. 그러다가 1994년에 갑자기 대법원에서 성씨에 두음법칙을 이용해서 류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판결을 내렸고, 모든 류씨들은 갑자기 모든 주민등록상 성씨가 유 씨 성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로, 유치원 다닐때도, 초등학교 다닐때도 항상 유씨로 살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 씨로 살기도 하고, 류 씨로 살기도 해왔는데 (부모님께 나는 왜 성이 두개냐고 물어봤던 기억도 있음) 2004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입학통지서가 류로 날아온 이후, 쭉 류씨로 살아왔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 주민등록증을 만들게 되었고, 나는 당연히 류 씨 성을 이용하여 주민등록증을 만들었고, 가끔 “유”로 적혀있을 때가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 성은 두 개 니까. 그렇게 나의 모든 중요한 서류들 :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졸업장 등 모든 서류에는 류 柳 RYU로 적게 되었다.
물론 아버지는 계속 유씨성으로 사는바람에, 한번 가족관계증명서 서류상으로 유 YU 씨성을 가진 아버지와 류 RYU씨성을 가진 딸이 되어버려 사연있는 가정으로 생각한 사람들도 있지만, 유씨 성도 RYU로 여권 발급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그다지 신경 쓸 일도 아니게 되었다. (뭐 남들이 오해한다고 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RYU 라는 성이 스트리트파이터의 한 캐릭터를 연상시킨다면서 내 성을 좋아해준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굳이 그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내 성을 굉장히 좋아하고, 한국에 있을 시절부터 나를 “류”라고 부르던 친구들도 꽤 있었다. 프랑스 친구들도 나를 그렇게 부르곤 한다. (이건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서지만….)
유씨 ➜ 류씨 바꾸게 된 사연
최근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도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을 찾았다.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서류작업을 할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에, 한국 서류작업정도야 껌이지, 하는 심정이었으나, 대사관 직원이 말했다.
“이거 서류 고치셔야 할 것 같은데요 ?”
코르시카에서 신혼여행 다녀온 이후 파리에서 쉴때 갔다온거라 회사 다니면서 굳이 평일에 시간내서 오고싶지 않은 마음에 급하게 대체 뭐가 문제인지, 지금 해결 가능한지 물었으나, 바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였다.
그 이유는 바로 나의 성, 류.
난 혼인신고서에 당연히 류 로 적었으나, 가족관계증명서 및 다른 서류에는 다 유 로 적혀있던게 화근이었다. 유든 류든 둘다 나고, 여태 병행해왔다로 주장했지만 대사관 직원은 단호했다.
대사관 직원이 준 솔루션은 두 가지 :
- 혼인신고를 유씨 성으로 한다.
-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등 모든 서류상 “유”를 류로 고친다.
내 성에 대한 애착이 큰 나로써는 내 이름을 유 로 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차후 자식을 낳아 한국에 출생신고를 할 시, 나의 성, ”류”를 줄생각도 있었기에 (다문화 가정의 경우 한국인 어머니의 성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1번만큼은 절대 불가능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2번이었고, 이 또한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 서류를 직접 제출한다.
- 인터넷으로 신고한다.
마음같아서는 인터넷으로 해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해외에 거주하면서 공인인증서 이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심지어 집에 윈도우즈 깔린 컴퓨터도 없다.) 부모님께 부탁해서 서류를 직접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선택이 갈렸다.
- 아버지의 성을 바꾼다. (자식들도 자동으로 변경이 된다)
- 나의 성만 변경한다. (다른 가족들과 성이 달라진다)
아버지의 성을 바꾸는 막되먹은 자식 (?)이 되는 것 같아 나의 성만 변경할까도 했지만, 성 변경 절차를 알아본 뒤 바로 포기했다. 오빠도 류씨 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결국 1번으로 결정. (아버지는 유든 류든 상관이 없으시다고 … 쿨내 풀풀)
이왕 성 바꾸기로 결정한거, 빨리 서류준비를 시작했다.
글이 너무 길어져 2편에 서류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