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France 사회 / 문화

프랑스의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프라이데이 (Black Friday)는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의 연중행사로,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의 넷째주 금요일에 가장 큰 규모의 할인 행사를 하는 날이다. 한마디로 장기재고 제품들을 한번에 저렴하게 떨어버리자는 유통업체들과, 제품을 평소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노리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맞물려 매우 커진 행사다.

프랑스에서는 “Les Soldes (솔드)” 라는 법적으로 정해진 프랑스 정기 세일 기간 (1월/7월쯤)이 있는데, 아주 이상하게도 프랑스는 블랙프라이데이도 챙기기 시작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진행하는 “미국의 이벤트” 인데, 어느순간부턴가 프랑스도 같이 챙기고 있다. 하긴, 할로윈도 매년 챙기는데 블랙 프라이데이를 못챙길껀 뭐냐 싶다.

프랑스 기업들도 블랙프라이데이인 금요일부터 그 주 주말까지, 굳이 장기재고 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수를 동원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려 애쓴다. 나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오래전부터 사고싶었던 물건들이 좀 저렴하게 나왔나, 여기저기 검색을 해가며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고는 한다. 심지어 1월, 7월에 있는 프랑스의 솔드 와는 달리, 블랙프라이데이는 “크리스마스 전 선물 쇼핑”을 하기에 최적이다. 겨우 크리스마스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저렴하게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다? 소비자에겐 이보다 매력적인 유혹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다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코로나19.

코로나19 와 프랑스 블랙 프라이데이

프랑스는 3월부터 6월까지, 그리고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예정이지만… 더 오래할수도..)나라 봉쇄를 하고 있어, 필수품이 아닌 제품들을 파는 매장들은 전부 다 문을 닫아야 했다.

첫번째 프랑스 락다운 시절. 코로나 확대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들을 돕기 위해 국가에서 여러 경제적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파산을 하는 기업들도 점점 더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2차 락다운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 저녁 9시 이후 전국 통행 금지라는 강수를 내보였지만 안타깝게도 효과는 미미했고, 결국 프랑스 정부는 10월 말 다시 한 번 락다운을 실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준비해온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2차 프랑스 락다운 조치로 인해서 블랙프라이데이로 제품 판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것.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업체는?

온라인 쇼핑의 대표주자, 아마존 AMAZON.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작고 큰 프랑스 기업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이미 1차 이동제한조치로 인해 많은 이득을 본 아마존이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명목 하나로 더욱 더 큰 이득을 보게할 수는 없는 노릇. 프랑스의 경제를 살리는 목적으로, 몇몇 프랑스 대기업들 (까르푸 Carrefour 같은 하이퍼마켓이나, 프낙 Fnac, 불랑제 Boulanger 같은 제품 유통업체)은 코로나 락다운 시기에도 “필수 매장”으로 분류되어 지속 매장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소비자들이 프랑스 기업을 통해 제품 구매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미국기업인 아마존을 사용하지 말고 프랑스 업체 통해서 제품 구매해라”라라고는 할 수없는 상황. 이때문에 은근슬쩍 프랑스 대기업들을 필수 매장 리스트에 포함시킨것일테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정책은 많은 소상공인들의 분발을 샀다. 장 카스텍스 (Jean Castex) 총리는 코로나 관련 대국민 담화중 “인터넷 쇼핑보다는 조금만 기다렸다가 매장 문을 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살 수 있다” 라고 돌려말하기도 했을 정도로, 프랑스의 블랙프라이데이는 한동안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신세였다.

심지어 블랙프라이데이를 유지할지 말지에 대한 정확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 아마존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는것은 물론, 다른 프랑스 대기업, 해외 기업들에게도 불똥이 만만치 않게 튀었다. (안그래도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유니클로 블랙프라이데이 광고가 떴는데, 댓글들중 일부는 “다른 프랑스 소상공인들은 죽어가는데, 너희는 지금 블랙프라이데이를 한다고? 부끄러운줄 알아” 라는 종류의 메세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프랑스 경제단체는 유통업계 피크인 11월 27일부터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프랑스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다른나라들보다 일주일 늦은 12월 4일에 시작하게 되었다.

프랑스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프라이데이의 시초와 전혀 상관 없는 나라에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적하에 전면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를 취소할 수도 없기에 세계 최초로 블랙프라이데이를 연기 하기로 한 프랑스.

말 그대로 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반영한 프랑스의 최근 이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