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France 사회 / 문화

5월 1일, 프랑스의 노동절 그리고 은방울꽃

2021년 4월 30일은 금요일이었다. 4월 30일 오후에 “주말에 뭐할까”하는 들뜬 마음으로 업무를 보는데, 갑자기 직장동료가 몇명만 살짝 차키들고 나오라고하는게 아닌가.(직장동료이긴 하지만 한국식으로 치면 옆부서 부장님 정도랄까, 우리 아빠뻘인 유대인 아저씨다.) 무슨 일일까, 하고 쫄래쫄래 따라 나갔더니 본인 차로 가서 미리 챙겨온 은방울 꽃 Muguet 화분 을 건네는게 아닌가!

“내일이 노동절인데, 주말이라 못보잖아. 그래서 오늘 미리 주는거야! 다른 애들한텐 비밀이다! 애들꺼 다 못샀단말이야”

아 맞다. 노동절.

직장동료가 준 은방울꽃 화분!

프랑스에서 5월 1일은 Fête du Travail 노동절 – 근로자의 날 이다.

노동자를 위한 나라의 대표주자인 프랑스는 너무 당연히도 이 날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날은 다 일해도, 이 날은 정말 열려있는 매장을 보기 힘들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온 동네를 다 돌아서 간신히 슈퍼 하나 열은 곳을 찾았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나왔다 ^^;; 어느정도냐면… 첫번째 락다운 직전의 슈퍼마켓보다 더 심했다고 하면 어느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가려나, 매장 밖 줄은 물론이고, 매장 내 계산대 줄은 모든 매장을 삥삥 둘러 줄을 서야만 했다.

각설하고, 노동절은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되었으며,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다만, 다른나라의 노동절과 프랑스의 노동절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은방울 꽃 Muguet.

유럽에서는 고귀한 꽃으로 생각되어 신부의 부케로 종종 사용되고는 한다. 한국에서도 종종 부케에 사용된다고는 하는데, 사실 5월 초에 결혼하지 않는다면 이 꽃을 부케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은방울꽃이 개화하는 시기가 매우 짧고 키우기도 어렵기 때문.

딱 5월 초에 며칠동안만 개화했다가 바로 져버리는 예쁜 은방울 꽃.

5월 1일 노동절의 유래

노동절이 5월 1일이 된 이유는 미국 시카고에서 1886년 5월 1일에 처음 8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기 위한 시위를 했고, 그 이후 전 세계로 이 시위가 퍼져나갔으며 결국 그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것이 오늘날의 노동절로 굳어졌다.

계급에 의한 계급의 착취를 끝장내기 위해 노동자들이 투쟁의 깃발을 치켜든 날, 이만큼 더 의미있는 날이 있을까?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프랑스에서는 매년 5월 1일에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진다.


노동절과 은방울꽃 ?

지금이야 은방울꽃 없는 노동절은 생각할 수도 없다지만, 본래 노동절과 은방울꽃은 관련이 없었다.

“틀림없이 행복해질거예요.”라는 꽃말을 가진 은방울 꽃은 프랑스어로 뮤게 Muguet라고 하는데, 16세기쯤 부터 5월 1일에 은방울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발렌타인데이와 비슷하게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았다고는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 친구들끼리 서로서로 은방울 꽃을주고 받으며 행복을 기원하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관습은 노동절과는 전혀 상관 없지만, 1886년 시카고 시위를 겪은 후,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5월 1일이 노동절로 제정된 이후, 노동절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은방울 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생겨났다.

Les brins de muguet pourront être vendus plus largement cette année.

5월 1일 노동절에 프랑스에서 길거리를 걷다보면 은방울 꽃다발을 파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5월 1일은 행정절차나 세금 문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은방울꽃을 발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다른 곳에서 산 꽃을 재판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원이나 숲 등에서 딴 은방울꽃을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


은방울꽃 주의점

은방울꽃의 향은 달콤한데다가 상쾌하기가지 해서 향수의 재료로도 종종 쓰인다 (보통 향수쪽에서는 “뮤게향”으로 부른다.)

하지만 이 예쁜 꽃은 안타깝게도 꽃과 열매를 비롯한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으므로 동물이나 어린 아이가 있다면 꼭 조심 !


그나저나 직장동료한테서 선물받은 화분을 잘 길러볼까 했는데, 안타깝게도 벌써 꽃이 져버리고 말았다. 온 식물에 독성이 있으니 흙도 다 걷어낸 다음 다른 꽃이나 심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