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Joomin 일상

남편이 외국인이라는 것,

내 남편은 외국인이다. 아시아계 프랑스인이고, 한국에 반년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한국어는 어눌하지만, 다행히 아시아계라는 점과, 한국 드라마, 예능을 본다는 점 덕분에 한국 문화 이해력이 아주 높은 편이라 문화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운점 (?)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남편은 무엇이 다른가, 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글로벌화가 한층 심화됨에 따라 국제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기에 그닥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사람들 눈에는 달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한다.

물론 나는 내가 좋아하게된 사람이 우연찮게 외국인이었을 뿐,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다른점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가끔 차이점을 느낀다. 그 차이점에 대해서, 외국인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서로의 어린시절 추억을 공유하기 힘들다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나, 만화, 영화 드라마, 연예인 등등, 같이 시청을 하려면 배경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내가 어렸을적 보던 만화를 보여줘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데, 이는 반대쪽도 마찬가지. 남편이 어렸을때 보던 만화를 봐도 나는 대체 이런게 왜 인기가 있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서로 할 수 있는거라곤, 한 사람이 신나서 어린시절 얘기를 할 때 묵묵히 들어주며 리액션을 해주는 것.

그리고, 같이 런닝맨을 매주 시청하는데 (참고로 나때문에 남편이 보게 된게 아니라, 남편이 애청자라 나도 같이 보게된거다.) 반가운 연예인들이 나와서 “오!!!!! 저 연예인 아직도 활동해!?!?!?” 하고 있으면 남편의 표정은 그저 “누구세요???” 가 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외국 락 음악에 빠져서 한국 가요를 듣지 않았다는점? 그시절에는 빅뱅이나 소녀시대 노래를 듣지 않아 괴짜 취급을 받았지만, 팝송, 펑크 등 외국 노래가 나오면 같이 흥얼거리곤 한다.(과거의 나, 치얼스)

아기공룡 둘리 (1987) - Watcha Pedia
뽀로로가 있기 전, 둘리가 있었다.

입맛이 다르다

어린시절과 어느정도 비슷한 점이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가끔 너무너무 먹고싶어질 때가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국을 가긴 애매해서 직접 요리를 하고는 한다.

최근 만들어 먹은 것은 맘모스빵이었는데, 왜 이런 빵이 존재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듯 했다. (프랑스인에게 있어서, 이런 빵은 존재해선 안되는(?)정도인걸까)

또한, 나는 매운것을 아주 잘 먹는 편이라 캡사이신도 따로 사서 요리에 추가를 해 먹을 정도다. 남편은 매운것을 좋아하지만 잘 먹지 못하는데, 나랑 같이 음식을 먹으면 마라톤을 뛴 것마냥 온몸에 땀이 나고 얼굴이 죽을 상이 된다. 뭐 이건 사실, 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의 차이정도라고 볼 수는 있겠다.

맘모스빵
맘모스빵 맛있는데….

한쪽이 모국어를 포기해야한다

물론 바이링구얼 교포들에게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늦게 유학을 온 편이기에 불어보다는 한국어가 당연히 훨씬 편하지만, 남편이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기에 평소 대화는 불어로 한다.

나는 언어를 운이 좋게 빨리 습득한 편이라, 초반에는 “프랑스에 온지 그거밖에 안됐는데 불어를 이렇게 잘한다고???” 라는 등의 칭찬을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프랑스에 산지도 꽤 오래 된지라 칭찬 못들은지도 한참됐다. 뭐 그래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학교다니고 회사다니고 고객들 만나고 미팅하고 하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냥저냥 문제 없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은 된다.

하지만 나도 가끔 내 모국어를 쓰고싶을 때가 있다.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다면 나처럼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좋은점은, 한국어를 가를칠 때 나름 귀여운 모습이 보인다는 점.

comprendre l'importance de l'apprentissage des langues étrangères

우리들만 이해하는 정서가 있다 !

별게 아니지만 참 중요한데, 한국사람들끼리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립을 치며 깔깔대곤 한다. 일단 남편은 한국말을 못할 뿐더러, 왜 이 개그가 웃긴지 설명을 해야한다!!!

다행히(?) 나는 비주류의 삶을 살아와서, 남들 다 보던 예능이나 개콘 코미디빅리그 보며 웃은 적이 거의 없고, 그다지 찾아 보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한국이 그리웠는지 유학시절 4년차쯤 무한도전을 보기 시작했고, 그에 푹 빠져들었다. (그전에는 무도 유명한건 알았어도 그다지 보고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이런 한국 예능을 볼 때 남편은 영어 자막을 꼭 두고 보는데, 물론 번역이 잘 되어있지만 한국어의 뉘앙스를 다 살리기는 힘들다. 나는 혼자 빵터져있는데 그 개그를 설명해야 하는 이 기분, 심지어 설명해도 “왜 그게 웃기지”하고 날 바라보는 남편을 보면 아 외국인이군 ㅇㅇ 할 때가 많다.

또한,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봤었는데, 나는 그 드라마를 보고 향수병이 세게 왔을정도로 공감하면서 봤다. 남편은 재밌다며 같이 끝까지 보긴 했는데, 씬 하나하나에 담긴 그 옜날 감성을 이해하긴 힘들지 않았나 싶다

류준열 ㅠㅠ

문화가 다르다.

앞서 말했듯,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남편이기에 나는 문화에서 오는 차이점은 다른 국제커플에 비해 굉장히 적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끔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에서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며, 확실히 나랑 보는 눈이 다르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한국 티비 채널을 볼 수 있는 셋업박스를 선물해준 적이 있어, 가끔 같이 밥먹으며 한국 티비를 본다. (이해도 못하면서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국 방송 같이 봐주는 내남편 최고)

요즘 우리도 집을 사고있어, 집 관련된 방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 방송에서 신혼부부가 집을 찾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성차별적인데?” 라고 말하는것. 왜? 라고 물으니, 왜 다 같이 집구경 하다가 부엌은 여자 전문가가 여자에게만 보여주고, 남자들은 다른데가서 집 구경을 하고 있냐는 것.

또한, 한국 광고에는 광고 제품보다 연예인이 훨씬 많이 나온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사실. 한 미남 배우가 파스타 광고를 하는데, 배우 한 번 보여주고, 이탈리아 잠깐 보여주고, 배우 다시 보여주는 식. 프랑스 일반 광고와는 달랐다.

마지막으로, 공익 광고중 하나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 지내게 된 만큼,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라는 취지의 광고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보고있는데, 또 여기서 “성차별적이다”라는 말을 꺼낸 남편. 왜 남자는 티비만 보고 게임만 하고있고, 부인은 밥하고 청소하고 혼자 다 하는가? 라고 했다. 국가의 공익광고라고 말하자, “이거 프랑스에서 공익광고로 냈으면 진짜 큰일날껄…. 일반 사기업은 그렇다고 쳐도, 국가에서 이런걸 내면….”

듣고보니 분명 맞는 말이고, 나도 성평등을 지향하는 사람인데도 그다지 눈치를 채진 못했는데, 확실히 여성인권이 굉장히 높은 프랑스에서 나고자란 사람 눈에는 바로 보이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여러 다른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면 그다지 문제가 될건 안된다. 어린시절의 공감대는 형성하기 힘들지만, 서로 공감해주려는 노력만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니까. (참고로 내 남편은 둘리 주제가 부를 줄 안다. 내가 하도 불러대서…. 외국인 눈에는 재미 없을텐데, 노래도 부러주니 그저 고마울 뿐 !)

예전에 알던 아이 한 명이 있다. 꿈이 외국인과 결혼하는거라며 외국어를 열심히 하고, 외국인 남편을 가졌을 시, 그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을 시의 모든 서류절차까지 꿰고있던 아이. (무섭다. 20살 어린 나이였는데. 왜 그렇게 외국인에 꽂힌걸까)

나랑 별로 맞지 않는 사람인것같아 가까워진 적도, 가까워질 생각도 없었지만 갑자기 궁금하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꿈이었던 그 아이, 그 아이는 외국인 남편을 얻었을까 ? 그 꿈을 이뤘다고 과연 행복할까 ? 이제는 그 아이도 20대 후반이 되었을 나이니, 나이좀 먹고 외국인 남편이든 한국인 남편이든 그닥 차이는 없다는걸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은 들지만, 뭐 남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