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Joomin 일상

2022년 5월 21일 근황

마지막 글을 쓴지 6개월이나 지났다.

물론 나 혼자 주절대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새 글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없었을거라 생각되지만, 나의 자존감을 위해 변명을 하자면 지난 연말부터 여러 일이 있었다.

1. 새집으로 이사

집 테라스에서 보이던 저녁 노을

2021년 12월, 드디어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중순에 열쇠를 받고 여기저기 페인트칠 하고(새집인데 그냥 취향 맞추느라 페인트칠을 좀 했다) 공사하느라 12월 말에서야 새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28일은 부엌 공사를 한 날이었다.

남편은 공사때문에 집에 남고, 나는 전에 살던 집 가서 마지막 정리 및 서류 절차를 밟는데, 혼자 이미 텅 비어버린집정리를 하고 새집으로 차타고 오던중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5년동안이나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행복한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잔뜩이었던 우리의 작디 작은 파리 집.

앞으로 가족을 꾸리고 미래 계획을 한다면 당연히 넘겨야하는 페이지였음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눈물이 났다. 우리한테 이렇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집에게 너무 고마워서.

집에 돌아오니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예쁜 부엌이 완성되어있었다.

너무 기뻐서 한참을 둘러보다 남편한테 ” 나 근데, 차타고 오면서 울었어”라고 얘기하려는데 그냥 바로 눈물이 터져버렸다

가난한 유학생때 살던 제대로된 창문 하나 없던 3평짜리 하녀방에서 수업 따라가기 힘들어 울던 나의 모습도 생각이 나고, 나중에 꼭 예쁜 부엌을 가져야지 하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도 생각이 나고. 우리 파리 집의 마지막 모습도 떠오르고.

그렇게 같이 눈물 콧물 빼면서 새 집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지금도 눈물나는건 함정)

2021년 12월 28일, 새집 부엌 공사가 완료되었다

2. 응급실행

아직도 기억난다. 2022년 1월 1일 이 되는 새벽 밤새 친구들과 술퍼먹고 놀았고, 침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우리 파리 집에서 잠을 잔뒤 (아직 정리가 완벽히 끝난 상황이 아니었다) 오후 느지막이 새집으로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에는 근처 사는 친구들이 와서 피자 먹으면서 한참을 떠들고 새벽 떠나갔다. 대충 집을 정리하고 피곤해서 둘 다 잠에 바로 들었다.

다음날 아침, 1월 2일 9시, 아침에 눈을 떠서 침대에서 나오려는데 너무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워서 조금 더 쉬면 되려나, 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그 어떤 자세도 취할 수 없었다. 일어날수도, 앉을수도 그렇다고 침대에서 몸을 살짝 돌릴수도. 나는 그냥 내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 허리에 살짝 디스크가 있는 상황이라 어느정도의 고통은 익숙하지만, 이정도의 고통은 정말 처음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져가자 남편은 응급실에 연락을 했고, 응급실에서는 단순히 “방문 진료 의사를 불러주겠으니 기다려라” 라고만 해서, 일단 기다리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진통제중 가장 센 진통제를 먹고 조금 더 기다려 보려는데, 두 시간이 넘게 지나도 고통은 여전했다.

그때쯤 남편에게 다시 연락이 왔는데, 지금 시간이 나는 방문 진료 의사가 없으니 응급차를 불러주겠다. 라는것이 아니던가. (하… 진작 처음부터 응급차 불러주던가…)

그렇게 10-15분이 지났을까, 두명의 응급대원이 집으로 왔고, 이런 저런 인적사항 및 고통, 건강 상태 체크를 하고 나를 휠체어로 옮기려고 하는데… 딱딱한 휠체어에 앉는것은 물론, 몸을 옮기는것도 너무 힘겨웠다. 10분이 넘게 걸려 침대에서 휠체어로 몸을 옮겼고, 도저히 앉을 수가 없어서 팔로 몸을 지탱하던 도중 정신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떴을땐 두명의 응급대원이 “마담! 마담!” 하면서 내 눈앞에 있었고, 남편은 응급대원의 바로 뒤에 붙어서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있었다. 응급대원중 한명이 ” 여기 어딘지 알겠어요? ” 라고 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도저히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여기 어디예요?” 라고 했더니 남편이 다급하게 나에게 대답을 하려고 했고, 응급대원이 바로 저지했다.

“마담이 직접 말해야돼요”

뭐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선 정신 차리면 병원이니까 “어…. 천장이 하얀데…병원이예요?” 라고 대답했는데 응급대원이 “여기 지금 복도예요” 라고 하는게 아니던가 !! 우리 집 현관을 나서려는 순간 픽 쓰려져서 바로 복도에 눕혔다고 했다.

갑자기 너무 무서워져서 눈물이 돌았고, 다시 힘을내서 휠체어에 올라 응급차로 옮겨졌다. 문제는 코로나때문에 남편이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는것.

그 이후의 일을 얘기하자면 매우 길지만, 뭐 요약하자면 그 이후 한동안 회사에 못나갔고 (너무 당연한 일인가) 지금은 괜찮고, 허리는 고질병이라 그 이후 매주 물리/운동치료를 받았다. 디스크는 나을 수는 없고 계속 물리치료 운동치료를 병행해야하는데 요즘은 자주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응급차 탄건 신기했다!!!!!!! 그리고 “어제 잠옷 예쁜거 입을껄”하고 좀 후회했다

3. 임신하다 !

이렇게 임밍아웃을 하다니.

2월에 임신을 하게되었다. 이를 알게된 것은 3월 초. 이미 아이를 가지려고 계획하던 상황인지라 빨리 임신 사실을 알았고, 그 이후도 의사의 권고에 따라 계속 허리 치료를 받았지만, 임신때문에 병원 갈 일도 잦고, 요즘 회사 출장도 종종 있었고 이게 쉽지가 않다. 뭐, 어제부터 이번달 말까지 쭉 휴가니까 다시 운동이랑 kiné를 다녀보려 한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여태 정신이 없어 블로그를 해야지,해야지만 하고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2022년 5월 21일 지금은 15주0일이 된 상황. (프랑스는 15주면 16주차라고 하는데, 한국은 그냥 15주차라고 하는듯 하다)

초반에는 3개월동안은 Metro Boulot Dodo (직역하자면 지하철, 회사, 잠인데 뭐 그냥 “회사-집-회사-집”을 말하는 프랑스어 표현이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퇴근후 잠자기 바쁘다고 하면 “어휴 늦게 퇴근하는구나….” 할텐데, 아니다. 늦어도 18시면 퇴근해서 18시 반이면 집에 있었다 (이는 물론 회사 이사 전. 지금은 회사가 이사를 해서 한시간 넘게 걸린다 ㅠㅠ) 19시에 밥먹고 좀 쉬다가 21시에 잠들고, 그 다음날 8시에 일어나서 회사가고… 그냥 너무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4개월차로 들어와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덜 피곤하다.

이제 진짜로 종종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고 한다! 물론 임신때문에 향수 관련 글은 못 올리겠지만… 뭐 세상에 향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출퇴근용으로 산 킨들도 후기 써야하고, 프랑스에서의 임신 이야기도 써보려고 한다.

아무튼 일상 보고 이렇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