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Rose 유용한 정보

프랑스에서 집사기 2. 이사갈 곳 정하기

보통은 결혼 전 집을 찾는데, 우리는 결혼 하고나서야 본격적으로 집을 찾게 되었다.

사실 지금 살고있는 파리 집도 자가다. 내가 학생일 시절 집주인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 가족이 집을 물려 받았는데, 그 분이 외국에 계신 탓에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을 팔려고 했었다. 그 판매 제안 1순위는 바로 나, 실제 거주자이기 때문.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한테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 남편이 살까 말까 하던 차였다. 뭐,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그 집 말고 그 근처에 있는 작은 아파트를 남편이 급하게 사게 되었고, 결혼 할때까지 그 곳에서 살기로 했다.

여하튼, 이렇게 파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게된지도 4년. 그 사이 나도 취직을 해서 당당하게 대출을 할 수 있는데다가, 결혼도 했겠고(결혼하는데 목돈이 만만치 않게 드니, 이사 가기 전에 결혼 먼저 해치우는게 우리의 목표였다.), 앞으로의 가족계획도 있고, 슬슬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볼까 하던 참이었다.

먼저 은행에서 대출 가능 예산 체크를 미리 해둔 상태라, 우리는 이 단계는 건너 뛰고 바로 이사갈 동네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왜 바로 매물 안찾냐고? 처음에는 아무 동네나 부동산 들어가서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라고 광범위하게 시작했는데, “먼저 지역을 정하는게 우리 모두에게 좋아요”라는 부동산 직원의 조언을 귀기울여 들어, 일단 동네부터 정하고나서 매물을 찾기로 했다


파리 시내

이미 지금도 파리에 살고 있고, 무엇보다도 집을 넓혀서 이사를 가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우리한테는 해당사항이 없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락다운을 두 번 겪으면서 “사람다운 삶”을 살고싶어졌다. 유학생 신분으로 살면서 항상 좁은 단칸방에서 살아왔기에 지금 살고있는 집도 걸을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 감지덕지지만, 락다운동안 집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면서 “나도 넓은 테라스를 갖고싶고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다면 한다.

물론 나도 이제는 대출을 받을 수 있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파리 아파트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파리는 우리가 원하는 “숨을 쉴 수 있는 곳”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엄청나게 부자라면 가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은 힘들다! )

요약 : 모든 식당, 상가, 지하철 등 모든 편의시설이 근처에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집값이 비싸다.
쭉 파리에서 살아왔는데… 정말 그리울거다.

파리 근처 외곽 (지하철 O, 차로 10분거리)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파리 동남쪽에 있는 파리 근처 동네 몇 군데에 들러서 집 구경을 해봤다. 학군도, 치안도 참 좋은 곳인데, 오래된 동네인만큼 주변에 개발된게 아무 것도 없었다!!! 세상에, 근처에 대형매장 하나 없는데다가, 동네도 상가가 몇 곳에만 몰려있는 까닭에, 집이 조금 떨어져 있다면 장보러 가는데 15분을 넘게 걸어가야 했다. 문 밖을 나오면 모든게 펼쳐져있는 파리지앵의 삶에 익숙해진 나한테는 너무 혹독했다.

물론 상가 주변, 지하철역 주변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가격이 파리 못지 않게 올라간다는게 함정.

우리가 원하는 동네에서 원하는 평수, 가능한 예산에서 고를 수 있는 집은 주변에 빵집 하나 없는 정말 100% 주거 지역이었다. 아니 일단, 오래된 동네인지라 매물이 별로 없었다. 한 번 살면 할머니 할아버지 될 때까지 쭉 살게되는 그런 동네라 좋은 매물은 하나도 없고, 50-60년대의 오래된 집들밖에 없었다(사실 프랑스에서 이정도는 오래된 집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우리는 웬만하면 공사를 할 필요가 없는 새집을 원했다. (둘다 중증 귀차니스트다)

물론 조용하게 살기에는 좋겠지만, 빵 한조각 사러 20분을 걷고, 지하철 타러 가는데 20분이 걸린다는 생각을 하니 바로 고개가 저어졌다. 이럴바엔 차라리 좀 더 떨어진 곳으로 가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요약 : 치안, 학군, 교통 좋은곳은 파리 시내 가격 못지 않다.
우리가 보던 동네중 바로 근처에 있던 Nogent-sur-Marne,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했다.

파리에서 떨어진 외곽 (광역전철 O, 차로 30분거리)

우리가 향한 곳은 새로운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세워지고 있는 신도시. (사실 아파트라고 해봤자 프랑스 법률상 아파트 높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4-5층이긴 하다) 파리 디즈니랜드, 그리고 한국사람들한테 유명한 라발레빌리지 아울렛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인데, 파리 5존에 있는지라 파리에서는 차타고 약 30분 거리. 전철 타도 3-40분 걸린다. 파리 디즈니랜드때문에 일하러 오는 미국 사람들이 많아서 미국 주거단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동네를 알아보니 치안, 학군도 꽤 좋고 무엇보다 근처에 학교가 많았다. 몇년 내 가족계획이 있는 우리에게는 학교가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 필수 조건중 하나였기에 참 마음에 들었던 부분. 동네가 커서 편의시설이 없는 쪽도 있지만, 전철역 근처에 있다면 웬만한 것들을 다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꽤 큰 슈퍼마켓에 아시아 식료품점까지. 내가 원하던 “걸어서 간단한 장보기”정도는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또 만족.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파리 시내 놀러다니기 불편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시 생각해보니, 주말에 파리 시내 산책하는것 외에는 딱히 파리에서의 생활을 즐기지 않았다. (ex.음주가무…)

물론 요즘은 코시국인지라 모든 까페, 술집 들이 문을 닫았기에 코로나 전으로 생각해보면….. 일단 기본적으로 둘 다 집돌이 집순이인데다가, 친구들을 보더라도 집에 놀러가거나 초대해서 노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파리에 살든 아니든 우리 삶에서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는 것.

우리는 그렇게 파리에서 먼 외곽으로 이사갈 동네를 정하고, 본격적으로 매물찾기를 시작했다.

약간 이런 느낌의 동네랄까.
요약 : 파리에서 멀지만 전철(RER)연결되어있으면 30분 내로 파리 진입 가능, 적은 예산으로 원하는 집 구매 가능 (테라스!!!!)

쓰다보기 글이 많이 길어졌다. 다음 번에 이어서 프랑스에서 부동산 매물찾기에 대해 글을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