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에 살면서도 술을 잘 못하는지라 와인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한다. 나에게 몇몇 지인들은 “프랑스에 사는게 아까울 정도” 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난 그 부족함을 프랑스 디저트로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명실상부한 디저트 천국이니까! 그중에서도 파리는 정말 도처에 맛있는 디저트들이 넘쳐난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 내노라 하는 모든 파티시에들이 모인 곳이니까.
내 블로그 다른 글이나 인스타그램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먹는거에 꽤 진심인 사람이다. 특히나 디저트는 사먹고 만들어먹고 난리도 아니다. 한동안 소화불량이라 속안좋고 입맛 없어도 디저트는 꼭꼭 챙겨먹었다 (그러니까 살찌지)
이런 사람인데, 이제 곧 파리 외곽으로 이사를 간다. 그 말은 즉슨, 파리에서 맛볼 수 있는 맛있는 디저트도 이제는 가뭄에 콩나듯 먹을 수 있다는 뜻. 이걸 핑계로, 기회가 될 때마다 디저트를 사먹는 중이다.
이번 주말에는 오페라 쪽으로 간 김에, 라파예트 백화점 식품코너인 라파예트 구르메에 들러 트러플 오일과 얀 쿠브레 Yann Couvreur 디저트를 샀다. 굳이 얀쿠브레 디저트를 먹으려 했던건 아니지만, 신제품이 나왔으면 당연히 맛을 보아야 하는게 아니던가!
파티시에, 얀 쿠브레 Yann Couvreur
얀 쿠브레 Yann Couvreur의 프랑스어 발음은 얀 꾸브회흐라서 외국어 표기법을 따르자면 얀 꾸브뢰르가 맞다. 왠지는 모르지만 얀 쿠브레 로 공식 인터뷰도 했기에… 얀 쿠브레로 해두자.
얀 쿠브레 Yann Couvreur는 83년생의 젊은 파티시에다. 주변에 얀 쿠브레와 고등학교 동창도 있고, 친한 지인의 형이 얀 쿠브레 밑에서 일해본 지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뭐 나와 실제 아는 사이는 아니니, 그저 나는 맛으로 평가할 뿐이다.
얀 쿠브레 Yann Couvreur 는 파리 마레지구의 디저트 맛집으로 유명하나, 마레지구 말고도 파리에 두 곳에 매장이 더 있다. 우리가 간 곳은 라파예트 백화점에 있는 매장.
얀 쿠브레 하면 “여우”가 떠오르는데, 로고에는 물론이고 케익이나 초콜렛 등을 여우 모티브로 만들고는 하기 때문. 이는 본인이 어렸을적 숲에 갈 때마다 여우 무리를 자주 봤는데, “자유롭고 야생적인 동물” 인 여우와 얀 쿠브러 자신이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얀 쿠브러의 디저트는 산뜻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버터가 많이 들어갔으니 다른 디저트에 비해 특별히 산뜻할 이유는 없는데도 그냥 상큼하다. 레몬 디저트를 자주 만들어서 그런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티시에라고 칭할 수는 없지만, 가끔씩 “오랜만에 얀 쿠브러나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정도 라고 할 수 있다. (라뒤레나 피에르 에르메는 절대 일부러 찾아먹지 않는걸 감안하면 꽤 좋아한다고 볼 수 있을듯.)
얀 쿠브러는 밀푀유 Mille feuille 와 프레지에Fraisier (딸기 케이크) 그리고 레몬타르트 가 유명한데, 이미 색다른 케익을 먹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피칸 & 바닐라 타르트와 신제품인 코코넛 & 레몬 타르트.
코코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레몬과 섞인 코코넛의 향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피칸 & 바닐라 타르트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줄 정도로.
다음엔 어떤 디저트를 먹어볼까나!
이사가기 전에 파리에 있는 유명한 디저트는 다 먹어볼테다 ! (막상 이사가도 기회가 될 때마다 사먹을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