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France 사회 / 문화

국제결혼, 남편 성 따르기 ?

우리나라에서 한국인끼리 결혼을 한다면 절대 고민하지 않을 일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한 가지 예기치 않던 문제가 생기고는 한다.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는가?

나는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 내 성을 되찾았을정도로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내 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조금 유치한 이유이긴 하지만 내 성이 흔하지 않고 예뻐서 좋고, 이름이 어려워서 어렸을 때부터 이름 대신 내 성으로 나를 부르는 친구들도 많았기에 이름보다는 성에 더 애착이 크다.

그런 내가 프랑스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주변사람들은 “이제 Mademoiselle 마드모아젤이 아니라 Madame 마담 이구나! 축하해 마담 류! 아, 마담 류가 아니지 참,이제 뭐라고 불러야해?” 라고 묻기 시작했다.

부부동성 시스템

서양 대부분의 국가, 서양의 식민지였던 국가들, 그리고 일본처럼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들은 부부동성,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한때는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의 법적 의무였지만, 현대에 들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양성평등이라는 이유 하에 부인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래된 관습이라 그런지 결혼하면 아주 당연하게도 부부를 “Madame & Monsieur XX (남편성)”라고 칭하고는 한다.

나도 남들이 남편의 성을 붙여서 부르고는 하는데,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남들에게 “나는 성을 바꾸지 않으니 내 성인 류로 그대로 불러달라”라고 부탁하고, 서류상에 너무 당연히 남편 성으로 올라갈 때마다 바로 고쳐달라고 요청한다. 어느정도냐면 시어머니가 “이젠 마담 XX네!” 라고 하시자, “마담 xx아니야, 성 그대로 유지할거야”라고 남편이 먼저 대답해줬을 정도. (이미 내가 성 변경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먼저 커버쳐줬다.)

남들은 이런 내가 별나다며, 물론 성을 바꾸지 않는것이 한국 문화라지만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이 프랑스의 문화인데 굳이 그렇게 거부할 것 까지야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왜 여자가 남자의 성을 따르게 되었는지 그 역사부터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지 않나 싶다.

남편 성을 따르는 이유 ?

성은 영어나 불어로 Family name, Nom de famille, 말 그대로 “가족의 이름”이라 불린다. 모든 가족은 다 같은 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결혼을 하게되면 여자는 남편의 성을 따르게되며, 이는 즉슨 본래 가족보다는 남편의 가문에 속하게 되는 셈. 여자는 남자에게 속하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내려온 전통이다.

물론 가부장적 문화이지만, 다 떠나서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이자 관습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자가 성을 바꾸는 것에 더 익숙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 아무리 오픈마인드 프랑스인이여도 여자가 성을 바꾸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실제로 한 가족이 되려면 성이 같아야한다, 나중에 내 부인이 내 성을 따르지 않는다면 못받아들일 것 같다, 당연히 남편의 성을 따를 것이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이 친구들이 마초거나 가부장적이어서가 아니라, 문화가 그렇기 때문인걸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이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인이든 외국인이든 주변에 성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프랑스의 문화이고, 여자가 바꾸고 싶어한다면야 당연히 바꾸는게 맞다. (생각해보니 학교다닐 시절 성이 “Marteau”, 한국어로 “망치”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결혼빨리해서 성을 바꾸고 싶어했다.)

또한, 아는 한국인 언니의 경우 “성을 바꾼다”는것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시집의 성화에 이기지 못해서 결국 본인 성과 남편의 성을 함께 쓰게 되었다. 그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본인이 현재 만족하니 다행일 따름.

각설하고, 이런 문화 속에서 살고있는 나 또한 결혼 전 고민이 많았다.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이 프랑스의 문화이고, 성을 바꾸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았다라고 은연중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성을 바꿀까 잠깐 고민했지만,

나는 성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나는 류로 태어났고, 류로 죽을 것이다. 농담 섞어서 남편에게 “혹시라도 같은 성 쓰고 싶으면 니가 바꿀래?” 라고 말했지만 물론 거절당했고 ㅎㅎㅎ 서로 다른 성을 쓰기로 합의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혼했으면 같은 성” 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기 때문에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뿐더러, 2세의 성에 대해 고민을 해야한달까.

남편의 성을 주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큰 불만은 없다. 류 예쁜데, 하는 아쉬움정도라 그냥 잊으면 그만. 하지만 문제는 내 자식이지만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 자식임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것. 사실 이 또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공교롭게도, 여자는 성을 바꾸지 않아도 신분증에 남편의 성이 함께 적힌다. (이건 사실 좀 이상하다. 남편 신분증에 부인 성이 적히지 않는데…..)

다만, 나중에 “엄마는 왜 결혼했는데도 우리랑 성이 달라? 다른 가족은 다 같은데.” 라는 질문은 피하지 못할듯 하다. 이에 대한 대답을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