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France 사회 / 문화

프랑스 직장 문화에 대해서

얼마 전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인 에밀리 파리에 가다 (Emily in Paris) 를 봤다. 이 드라마 최고다! 의 수준은 아니었고, 그냥 적당히 할 일 없을 때 킬링타임 용으로 보기 적당한 드라마였지만, 과장이 심하게 섞여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외국인으로 살면서 보고 느낀 프랑스 직장문화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물론 나 또한 모든 프랑스 회사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

법정 근로시간 35시간 ?

법정 근로시간은 35시간이 맞지만, 이는 일반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며, Cadre (관리자급) 계약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Cadre 꺄드르 는 직역하면 관리자, 간부이지만, 사람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라는 뜻이 아니라 무조건 자신의 프로젝트를 달성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부여되는가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일반 직원들은 9시 출근 17시 퇴근으로 일주일에 35시간 일을 하고, 그 이상 일을 할 시에는 추가 수당을 받게 된다. 반면 Cadre (꺄드르 – 관리자)는 하루 7시간, 일주일 35시간 업무가 아닌, 자신의 프로젝트 달성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그보다 더 일할수도, 덜 일할수도 있다. (물론 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9시 – 17시 강제성이 사라지기에 출퇴근 시간 제약이 줄어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1시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상황에 맞춰 약간의 조정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Cadre 꺄드르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직을 했을 시 국가에서 도움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본인의 월급에서 어느정도를 의무적으로 APEC (Association Pour l’Emploi des Cadres 관리자 고용 협회 ) 에 지불하고 있기 때문.

이런걸 보면 꺄드르는 일반 직원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회계쪽에서 일하는 친구는 선택권이 있었는데 (나는 선택권 없이 cadre였던거로 보아 직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본인이 non-cadre 비관리자, 즉 일반직원이 되기를 선택했다. 굳이 오래 일할 필요도 없고, 더 일할 시에는 추가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프랑스 회사 퇴직금 ?

나는 한국에서 구직활동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회사 구조를 정말 모르는 편인데, 한국은 1년 이상 일을 하면 일정금액의 퇴직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퇴직금이 없다.

아, 퇴직금이 있는경우가 있긴 있다. 잘렸을때.


내 지인 한 명은 이전 회사에서 상사와 트러블이 좀 많았다. 상사는 외국인이었는데,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자주 부딪혔다고 한다. 하루는 그 상사가 화가났는지 “왜 이렇게 해! 잘리고 싶어??” 라고 매우 심하게 지인을 나무랐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내 지인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네. 잘리고 싶은데요.”

그 이후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이 이야기를 듣고 엄청 웃어댔던 기억만 난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좀 웃기다.) 외국인이기에 할 수 있는 협박성 멘트지만, 프랑스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


프랑스는 사람을 해고하는게 꽤 어려운 곳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싸기 때문에. 연차가 오래될 수록 퇴직금이 더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본인의 중과실로 해고당하는게 아닌 이상은 모두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퇴직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국가에서 실업수당을 지급해준다.

프랑스 회사 휴가 ?

프랑스 회사는 기본적으로 5주 유급휴가(연차)가 보장되고, 월차까지 합하면 약 7주의 휴가가 주어지곤 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신혼여행때나 2주 휴가가지, 평소에는 눈치보여서 그렇게 길게 붙여서 못쓰지…”라고 푸념하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아이들 학교 방학때나 여름, 혹은 연말에 2-3주씩 휴가를 가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

7,8 월의 파리는 쾌적하다. 왜냐하면 파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2-3주의 긴 여름 휴가를 떠났고, 관광객들만 가득하기 때문.(물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은 없었다.) 한국에서처럼 눈치보며 긴 휴가를 가는것이 아니라, 서로 일정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긴 여름 휴가가 아주 당연한 “일상”임을 증명한다.

프랑스의 휴가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CP (Congé Payé) 와 RTT (Réduction du temps de travai) 이있다. CP는 유급휴가로 모두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며,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5주 휴가가 보장된다. RTT는 Cadre 꺄드르 에게만 주어지는 휴가로, 35시간 이상 일한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 ?

에밀리 파리에 가다 드라마를 보며 비웃었던 장면들중 하나가 있다.

에밀리가 처음 입사해서 회의 참석한 날,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회의 도중 한 명이 갑자기 자리를 뜬다. 당황한 에밀리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은 “쟤는 영어 못해.” 라고 말한다.

아니, 영어 못하는 사람은 물론 있다. 근데 그렇다고 회의 중간에 저렇게 나가진 않는다.

물론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회사도 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외국계 회사 특성상, 공식 언어는 영어다. 따라서 실력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영어를 한다.

아니, 다 떠나서, 진짜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에서의 그 장면은 너무 오버한게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뽀뽀 인사 ?

프랑스에서는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때 또만나요 뽀뽀뽀 인사를 한다. (나는 뽀뽀뽀 세대다.)

Bisou (비쥬) 는 볼 양쪽에 가볍게 뽀뽀를 하는 프랑스식 인사법이다. 사실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는 아니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남미 등 여러 라틴어권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문화다.

이는 회사에서도 적용되는데, 아침에 회사에 도착하면 컴퓨터를 키고 오픈스페이스를 돌며 사람들에게 다 비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느긋하게 업무를 시작한다. (물론 코로나 이후로 비쥬는 사라졌다.)

참고로 퇴근할 때는 안한다. (나는 친구들 만났다가 헤어질때 비쥬하는거 생각하고, 인턴 첫날 퇴근할 때 비쥬했다가 사수한테 엄청 놀림받았다…… 아직도 이불킥하는 흑역사중 하나..)


그러고보니 요즘 재택근무를하고 회사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출근하는지라, 비쥬는 둘째치고 직장동료들 얼굴들 다 본지도 한참 된듯 하다. 아침인사로 비쥬하고 커피한잔 하면서 수다떠는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어서 코로나 종식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