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Joomin 일상

미니멀 라이프를 위하여

전 맥시멀리스트의 고백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아니,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물건도 참 많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잠도 잘 이루지 못했을 정도로 욕심이 많았다. 한번 무언가에 꽂히면 얼마 쓰지 않을 물건이란걸 알더라도 꼭 내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고는 했다. 세일을 하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무작정 사들이고, 가끔씩 한국에 갈 때마다 필요한 물건이라는 핑계로 다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잔뜩 사들여서 결국 다 못쓰고 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변하게 된 계기는 딱히 이렇다 할건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을 두번이나 겪게되면서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뭐 어쩌면, 나이 앞자리 수가 바뀌게 된 이후일지도. (아직 프랑스에서는 20대이지만, 한국에서는 30이니 그렇다고 치자.)

맥시멀리스트는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프랑스에서 막 1차 락다운을 했을때 쯔음, 르몽드지에서 기사 하나를 본 적이 있다. 꽤 잘만든 비디오가 곁들여진 기사였는데, 비디오 기다리는 시간에 글을 하나 더 읽는게 훨씬 빠르게 정보 습득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조차도, 빨리감기 한번 하지 않고 비디오를 다 봤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자료였다.

코로나는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중국만을 탓할 수는 없다는것이 비디오의 요지였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는 분명해야하는데, 그 경계를 침범하기 시작한 것은 인간이기 때문. 인간의 소비는 무절제해졌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 등 제 3국 또한 무절제한 제품 생산을 시작했고, 이는 결국 자연의 영역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불분명기에, 이전같았으면 자연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다른 매개체를 통해 변형되어 인간에게 왔겠지만, 이제는 자연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바로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 것.

나의 쓸모 없는 소비가 자연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를 먼저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1. 가지고 있는 물건 되돌아보기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중, 서랍에 쳐박혀 사용되지 않고 있는 물건들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을 해보았다.

  • 일본에 놀러갔을 때 돈키호테에서 산 자세교정기 (두번쓰고 쓴 적 없다.)
  • 한국 갔을때 싸다고 잔뜩 사온 물건들 : 마스크, 화장품…. (너무많이 사는 바람에, 쓰는 속도가 새로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버림)
  • 필요없지만, 할인하길래 사버린 옷, 신발 (특히 인터넷에서 산 옷들이 많았다. 생각과는 핏이 너무 달라서 입지않게 된 옷들…)
  • 사놓고 결국 상해서 버리게 된 음식 재료들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그때그때 먹고싶은 재료들을 샀기에, 결국 버려지는 재료들이 많았다.)
  • 여행지에서 산 싸구려 기념품들 (당시의 분위기에 휩쓸려 이것저것 샀으나, 실생활에서 쓸 일은 전혀 없었다.)

항상 집안이 어수선하고 정리할 자리가 부족했는데, 이런 물건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정리할 자리가 부족할 수밖에. 악성재고인 셈이다. 집세도 안내는 악성재고. 이메일이나 회사 나스 파일은 꼬박꼬박 정리하면서, 정작 내 물건들 하나 정리하지 못해 쌓아놓고 어지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내가 소비한 물건들에 둘러쌓여 침식하고 있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쓸 수 있는 물건들은 다시 사용하고 ,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거나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하며 빈 공간을 넓혀갔다.

조금은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2. 물건을 새로 살 때 다시 한번 생각하기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보니, 내가 무절제한 소비를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물건을 사기 전에 한번 더 생각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정말 사용할 물건인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환경에 영항이 덜 가는 제품인지.

이제는 플라스틱이 들어간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을 샀는데, 일부러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을 볼 때마다 피하고 가능하면 나무로 된 제품을 사려고 노력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사야했을 경우는, 내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인지가 가장 큰 기준이 되었고 제품의 질을 파악한 후 어느정도 괜찮다 싶은 물건만 구매했다.)

또한, 나도 가끔은 사고싶은 물건이 생길 때가 있다. 최근 이북 리더기에 빠져서 하나 구매하려고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사실 나는 코보와 크레마 그랑데를 가지고 있다. 오래된 제품이고, 아직은 한국제품보다는 책의 선택권도 넓고 제품의 성능도 좋은 킨들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과연 내가 지금 당장 킨들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몇번 던지고, 결국은 코보가 고장났을 때 새로 구매하기로 했다. 이미 물건을 가지고 있고, 멀쩡히 작동하는데 새로운 소비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저 물건을 구매하면 내 기쁨은 잠깐이겠지만,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겠지 하는 생각이 컸다. 이렇게,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3. 물건 소중히 다루기

나는 물건을 굉장히 험하게 다루는 편이다. 남편이 나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져서, 만지는 모든 것이 고장난다고 농담으로 말할 정도. 반면 남편은 물건을 굉장히 소중히 쓰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아주 오래된 물건들도 새것같이 말끔하다.
이런 우리 둘의 새 물건 구매 턴오버 시기는 다를 수밖에. 나는 물건이 금방금방 망가져 새로운 물건을 사야하지만, 남편은 새로 물건을 사는 일이 굉장히 적다. 남편이 잔소리를 할 때마다 “이건 소모품이야, 그러니 망가지는건 당연한거야” 라고 말 했지만, 똑같은 남편의 물건들이 내 물건보다 오래가는 것을 보면서 반성을 하긴 했다.

물건을 평생 사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소비는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는데다가, 자연을 위한다는 이유로 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수명이 긴 제품을 구매하고, 제품의 수명이 길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윤리적 소비를 향하는 길임은 확실하다.

4. 조금 불편해지기

이건 미니멀리스트와는 약간 다른 노선일지도 모르나, 내가 약간 불편해지더라도 환경에게 나은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과일을 사더라도,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제품보다는 내가 하나하나 종이봉지에 덜어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장바구니를 병적으로 (?)챙기기 시작했으며, 텀블러를 다시 들고다니기 시작했다. (20대 초에 텀블러를 자주 사용했는데,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커피를 사먹을 돈을 아끼려고 텀블러를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짠한 나의 청춘이여..)

나는 회사에 차를 타고 다니는데, 사실 내 차가 아니라 남편차다. 남편은 회사가 나 못지 않게 멀지만, “동승객 없이 혼자서 차타고 다니는건 환경한테 너무 미안한 일인것 같다” 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곤 했다. 그 덕에 남편 차를 내가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었다. (남편은 본인의 신념은 남에게 강요하지는 않는 타입이다. 나는 당당하게 혼자 차 타고 다녔다.)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대중교통이 꺼려져서 자가용을 계속 타고 다니지만, 차후 코로나 종식되면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할까도 생각중이다. 내가 약간 불편해지겠지만 그만큼 환경 오염을 하는 사람이 한명 줄테고, 시간은 좀 오래 걸리겠지만, 기차 안에서 책이라도 한 줄 더 읽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30년 남짓 살면서 평생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것,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만, 매일매일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며 산다면, 나에게도 환경에게도 아주 작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진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