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Rose 여행

프랑스 코르시카 여행 1일차 – 프로프리아노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미의 섬 (île de Beauté) 코르시카에 도착했다.

9월말 파리의 날씨는 굉장히 쌀쌀했고, 입공있던 가을 자켓을 그대로 걸친 채로 코르시카에 도착했는데, 사실 날씨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기에 굳이 자켓을 벗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여태까지 코르시카에 큰 관심이 없었고 (후기 첫 글에 말했듯이, 나한텐 직장동료의 고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한국의 제주도랑 비슷한 곳 이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차를 타고 호텔로 가는길은 정말 첩첩 산중이었다. 내가 제주도를 자주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나무가 빽빽한 산만 가득할 줄이야. 나무가 얼마나 빽빽하게 자라있던지, 산이라기보단 거대한 브로콜리에 더 가까워 보였다. 심지어 코르시카는 제주도 크기의 약 5배 정도라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렸다. 두꺼운 겉옷을 벗지 않아도 되서 다행인가

마끼 냄새가 나 !

운전을 하던 남편이 (8년간 남자친구였는데 하루아침에 호칭을 바꿔야하는게 너무 이상하다)갑자기 말했다 .

“마끼 냄새 나 !”

“마끼? 그 냄새가 왜 뜬금없이? 그리고 마끼가 냄새가 어딨어 와사비 냄새 아냐?”

남편이 엄청 웃더니, “너 설마 일본 Maki 생각한거 아니지?”

알고보니 냄새 타령을 하던 마끼는 일본식 김밥인 Maki 가 아니라 Maquis 였다.

Maki 가 아닌 Maquis 라면 냄새가 날 만도.

알고보니 마끼 Maquis 는 여러 지중해 나무들이 얽혀있는 빽뺵한 잡목숲을 말하는데, 코르시카를 대표하는것들 중 하나라고. 또한, 산적들이 숨어들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없겠지만서도…) 먹을 것들이 말 그대로 널려있고, 한번 들어가면 길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숲이니, 산적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적이 좋아한 이유를 알 것 같은 코르시카의 마끼.

프로프리아노 (Propriano) 

호텔에서 짐풀고, 좀 쉬다보니 어딘가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애매해져버렸다.저녁식사 할 겸, 동네 구경할겸,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던 다른 도시인 프로프리아노로 향했다.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프로프리아노는 객실 테라스에서 바로 보였다. 야경이 멋지더군.

잡목숲 속을 한시간 넘게 운전하다보니, 작은 도시일지언정 문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반가웠다. 항구랑 바로 접해있는 도시여서 작고 큰 배가 정말 많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서 다들 정박되어있을 뿐이었다.

저녁식사 장소만 간단히 확인한 후, 먼저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10분이면 모든걸 다 보는 아주 작은 도시. 날씨만 좋았다면 해변가에 앉아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있을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하늘은 우리를 돕지 않았다…. 비오고 흐리고, 바람도 세게 불어서 그 잔잔하다는 지중해에 이렇게 큰 파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비디오를 올리고 싶은데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겠으므로 패스)

그래도 나름 신혼여행이라고 온거지만, 하늘을 뒤덮은 구름을 보며, 코로나 종식되자마자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하러 가겠노라 다짐했다.

호텔에서 추천받은 맛집겸 식료품점 (épicerie) Tempi Fa.

점심을 호텔에서 너무 늦게 먹은지라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는데도, 코르시카 charcuterie는 듣더대로 환상적이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제주도처럼 코르시카도 흑돼지로 유명하다는 것. 남자친구가 처음 제주도에 가서, 특산품이 흑돼지인걸 알았을 때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한다.

첫 날은 이렇게 와인 몇잔을 더 하고 마무리 했다.

식당 내 식료품점은 계산대와 가까웠는데, 식사 계산을 하면서 슬쩍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코르시카식 과자인 까니스트렐리(Canistrelli)가 종류별로 있었다. 정말 종류별로 하나씩 다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가니, 사장님이 스몰톡을 시도해왔다.

“어디서왔어? 이 과자 진짜 맛있는데 잘 골랐네”

“파리! 내 직장동료 하나가 코르시카 출신인데, 맨날 코르시카 갔다 올때마다 이거 가져와서 엄청 자주 먹었어. 걔가 그러는데 현지에선 이거 다 커피에 찍어먹는다며?”

“코르시카 사람 맞네! 응 다 그렇게 먹어. 난 이거 한봉지도 앉은 자리에서 다끝낼 수 있음”

역시 로힌은 옳았다.

그렇게 우리는 까니스트렐리만 잔뜩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추가글 ) 코르시카에서 사야할것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