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Rose 여행

프랑스 코르시카 여행 2일차 – 산타줄리아 / 포르토베키오

정말 이상하다.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출근해야할 때는 몸이 천근만근같아서 아침식사를 포기하고 아침잠을사수한지 아주 오래되었다. 세상에 아침식사할 시간이 어디있는가? 잠을 더 자야지. 기껏 먹어봤자 소화도 잘 안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행만 오면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고, 아침도 거르지 않고 먹는다. 아침 7시부터 눈이떠져, 호텔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아,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테라스에 앉아 프로프리아노를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했을텐데. 안타깝게도 날씨가 너무 쌀쌀해서 테라스는 포기해야했지만, 일찍 일어난 덕에 가장 뷰가 좋은 창가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뷰맛집인가요?

산타줄리아 해변 (Plage Santa Giulia)

코르시카 여행 2일차,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산타줄리아 해변 (Plage Santa Giulia). 코르시카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기념품샵에 널려있는 엽서의 대부분은 산타줄리아 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해변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비수기라 해변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지만,그래도 예뻤다.

우리가 갔을때는 이미 9월 말, 비수기인지라 사람이 없는 편이었지만, 비도 그치고 날씨가 점점 풀리기 시작해서 수영복을 입고 선탠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제의 날씨만 믿고 그대로 입은 우리의 두꺼운 겉옷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와 같은 복장을 한 관광객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저 사람들도 막 파리에서 도착한 것일까, 우리보다 더 덥겠다, 등 쓰잘데기 없는 농담 하면서 천천히 해변을 걷는데, 옆에 지나가던 한 사람이 웃으면서 “어디서 왔냐” 묻기 시작했다. 본인은 코르시카 현지인이라며, 물어보고싶은 것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라고. 한참 수다를떨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갔지만, 코르시카 사람들이 “외지인들을 싫어한다”는 편견을 깨준 사람이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외국인은 물론, 프랑스 내륙 사람들도 다 싫어 하기로 유명하다. 프랑스 내륙 번호판을 달은 차를 타고 코르시카에 갔더니, 잠깐 주차한 새에 차를 다 부셔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참고로 이건 나와 일하는 인턴의 실제 경험담이다.)

옷은 두꺼웠지만 다행히도 호텔에서 챙겨준 해변용 타월을 챙겨왔기에, 적당한곳에 자리를 잡고 누워서 쉬었다. 내일은 꼭 비키니를 입고 나올 것이라 다짐하며…..

두꺼운 겉옷은 남편에게 넘기고, 검은 스타킹은 해변에서 쉴 때 슬쩍 벗었다. 어느정도 해변의 분위기에 맞추어진듯.
물이 놀랍도록 파랗고 투명했다. 무보정 색감.

포르토-베키오 (Porto-Vecchio)

산타줄리아의 따뜻한 모래사장과 상쾌한 바닷소리를 들으면 몇 시간이라도 그 곳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쾌적한 내일의 해수욕을 위해 간단한 쇼핑이라도 하고자 산타줄리아의 근처에 있는 마을인 포르토 베키오로 향했다.

프랑스에서는 Ville(도시)라고 부르는 곳이지만, 사실 도시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작은 마을. 전날 갔던 프로프리아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비수기라 그런지 길거리에 매우 적었다. 대낮에도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고, 해변에서 신을 신발을 사려고 들어가도 “올해 영업 끝났어요” 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말 그대로 한 철 벌어 일년을 먹고 사는 곳인지라,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 문을 아예 닫는다고 한다. 월세는 어떻게 하는거지? 건물주님이신가? 하는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물어볼 곳도 없고.

간신히 열려있는 가게 몇 군데를 들러, 해변에서 신을 쪼리와 챙 넓은 모자를 사서 나왔다.

텅텅빈 거리

산타줄리아에서 만난 현지인이 추천해준 식료품점 (épicerie)에도 들러 내가 사랑하는 코르시카식 쿠키인 까니스트렐리 (Canistrelli)도 사고, 잡목 꿀 (miel de maquis), 잡목 허브(herbe du maquis)잡목차 (Thé de maquis)도 샀다.

사실 코르시카의 잡목숲(마끼 Maquis) 이라는걸 하루 전 까지만 해도 몰랐지만, 이 것이 코르시카 특산물이라는 것을 안 순간 마끼에 관련된 모든것을 사들였다. 제주도에서 귤, 한라봉으로 만든 모든 것을 사는 느낌, 그거랑 비슷하다.

내사랑 까니스트렐리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코르스, 코르시카, 아름다운 섬.

우리는 그냥 운전을 할 뿐인데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고양이 두 마리가 보여 한참을 구경했다. 이 고양이들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둘이서 아웅다웅 싸우더니 유유히 잡목숲, 마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 빽빽한 잡목숲 속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가는걸까 생각했지만, 뭐 빌딩숲보다는 살아가기 쉽겠지.

프로프리아노 야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

날씨가 이렇게 좋았는데, 혼자 (아니, 남편이랑 둘이서) 두꺼운 옷을 걸치고 산타줄리아의 맑은 물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본게 너무 억울해서,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야외 수영장을 찾았다.

맞은편에 있는 프로프리아노와 호텔 사이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하자니 나름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듯한 느낌도 들듯 말듯 했지만, 해가 떨어지니 날씨가 너무 추워져 그만두고 호텔객실로 올라갔다.

억울해서라도 수영을 꼭 해야했다

호텔에는 식당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MOF (Meilleur Ouvrier de France,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국가 공인 명장으로, 요리, 제과, 꽃 등 여러 분야에 존재한다) 가 셰프로 있는 식당이었고, 4일차 저녁으로 예약을 해놨다.

또 다른 식당은 Brasserie (원래 뜻은 맥주 양조장/선술집 이라는 뜻으로, 바를 겸한 편안한 분위기의 대중식당을 뜻한다.)스타일로, 야외에 있었다. 2일차 저녁은 이 곳에서 먹기로 했다.

날씨가 정말 쌀쌀했지만,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왔다는 생각에 들떠있었고, 맛있는 음식과 예쁜 달, 멋진 야경이 있으니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았다. 코르시카 여행 2일차는 이렇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