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Rose 여행

프랑스 코르시카 여행 5일차 – 아작시오(Ajaccio)

원래 5일차는 뭘 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여행중인 코르시카남부 전체에 비가 내렸기 때문.

사실 코르시카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전국이 2주 넘게 비가 오고 흐렸다. 그냥 우리가 운이 굉장히 좋았던듯. 우리가 코르시카 해변에서 햇볕에 익어가는동안 파리에서는 비가 쉴새없이 쏟아졌고, 브르타뉴(Bretagne) 지방쪽에는 태풍이 오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계속해서 운이 좋았는데, 결혼식 하는 주에는 월-금까지 비가 왔지만, 딱 결혼하는 토요일일은 해가 쨍쨍했다는 사실!

5일차는 호텔에서 빈둥대며 호캉스를 보낼 생각으로, 호텔에 있는 실내 수영장, 터키식 증기 목욕탕인 하맘도 예약을 했었다. (원래는 원할 때 내려가서 사용하면 되는 시설이었지만, 코로나때문에 예약제로 변경을 했다고 한다. 1시간동안 오직 우리만 사용 가능 !)

밖의 정원으로 이어져있어 바람도 쐴 수 있던 실내수영장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코르시카까지 왔는데, 호텔에서만 묵는건 너무 억울하다. 물론 좋은 호텔이지만, 쉴거면 집에서 쉬지, 라는 생각에, 내일 공항 가기 전 잠깐 들를 예정이었던 나폴레옹의 고향, 아작시오 (Ajaccio)로 가기로 했다.

나폴레옹의 고향, 아작시오 (Ajaccio)

코르시카를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사실 이렇게 뭉뚱그려 말하기에 코르시카는 너무 많이 크다. 코르시카섬의 면적은 8722 km²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1849 km²) 보다 약 5배나 더 큰, 지중해에서 네번째로 큰 섬이다.

나폴레옹의 고향은 정확히 말하자면 코르시카에서도 아작시오(Ajaccio) 라는 도시이다. 아작시오(Ajaccio)는 코르시카 섬에서 가장 큰 대도시로, 행정적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다가 섬의 주요 공항도 이 곳에 위치한다.

이 곳을 찬찬히 둘러보며 느낀점 하나.

“누가 나폴레옹 고향 아니랄까봐 나폴레옹 관련된 것들만 가득하네…”

주요 광장마다 나폴레옹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작시오 시청 근처에는 나폴레옹의 주요 업적중 하나인 레지옹도뇌르 (Légion d’honneur) 훈장 관련된 동상이 있었는데, 꽃과 야자수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레지옹도뇌르의 창시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시내에는 또 다른 나폴레옹 동상이 있었는데, “나폴레옹과 그의 형제들 (Napoléon et ses frères)”이라는 작품으로, 나폴레옹 1세와 그의 형제들인 조셉 Joseph, 뤼시앙 Lucien, 루이 Louis, 제롬Jérôme 을 기리는 동상이었다.

사실 나폴레옹조차도 프랑스의 영웅이라는 찬사와, 나라를 전쟁으로 이끈 전쟁광일 뿐이라는이라는 비난, 두가지 시각이 공존하는 논란의 대상인 상황에서 그의 형제들까지 이렇게 동상을 만들다니, 코르시카라서 가능한 일인가 하고 생각했다.

나폴레옹과 그의 형제들 (Napoléon et ses frères), 조셉 Joseph, 뤼시앙 Lucien, 루이 Louis, 제롬Jérôme

나폴레옹 생가

도시 중심가를 둘러본 후 우리가 향한 곳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생가.

안타깝게도 코로나 안전수칙의 일환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만 생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그러게 진작 예약하자니까!!!!) 남편이 나의 잔소리를 듣고 전화로 예약을 하는동안, 나는 생가 앞에 적어진 글들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내 어깨를 톡톡 치시더니, 보여줄 것이 있다고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셨다.

전날 콤포로모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있는 상황인지라, 혹시나 그때와 같은 인종차별주의자 할머니인가? 하는 생각에 무서웠지만 잔말않고 따라갔다.

나에게 보여주신 것은 나폴레옹 생가의 맞은편에 있던 정원.

할머니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나폴레옹의 아들이예요. 아직 여긴 못 본것 같아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원은 울타리로 막혀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나폴레옹의 아들인 나폴레옹 2세의 흉상이 있었다. 할머니는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나폴레옹 생가 사무소로 전화해서 예약하려는 모습을 보시시는 (심지어 예약 실패함), 불쌍한 젊은이들이 여기까지 와서 나폴레옹 생가를 못보고 가는구만, 싶으셔서 정원이라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나폴레옹 생가에 가야한다는 일념하에 뒤도 안돌아보고 있어서 이런 정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주 잠깐이지만, 우리에게 호의를 가졌던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를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닐까 의심했던게 너무 죄송했다.

남편이 미션실패하고 돌아오자마자 같이 정원 구경을 하고, 우리는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페슈 미술관 (Musée Fesch)

나폴레옹의 외삼촌인 조제프 페슈(Josephe Fesch)는 살아생전 미술 애호가였는데, 개인적으로 모아온 미술품만 17767개, 그중 그림은 16000점에 달했다고 한다. (기증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참 대단…)

페슈 미술관은 이 모든 미술 작품들이 아작시오 시(Ajaccio)에 기증되면서 생겨났다. (건물 건립은 9세기였고, 왕궁이었다고 한다.)

페슈박물관 전경

어느정도 나폴레옹 관련된 작품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미술관 안의 작품은 정말 나폴레옹의 삼촌의 수집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 미술관의 오른쪽에는 예배당이 있었는데, 지하에 나폴레옹의 가족들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다시 프로프리아노(Propriano)로,

이젠 정말 마지막 밤이었다.

첫날 갔던 식품점 (épicerie)에서 샤퀴트리(charcuterie), 까니스트렐리(Canistrelli), 코르시카 와인 등 코르시카 특산물을 사러 또 한번 프로프리아노(Propriano)로 향했다.

간 김에 테라스에 앉아 나는 코르시카 맥주 피에트라 (pietra) 한 잔, 남편은 코르시카의 대표적인 아페리티프인 캅 코르스(Cap Corse) 한 잔씩 마신 후, 와인과 소시쏭, 치즈를 잔뜩 사들고 호텔로 돌아갔다.

그 결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