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Joomin 일상

2021년 봄, 나의 근황

요즘 내 삶을 표현하는 단어는 딱 세가지다. 베이킹, 뜨개질 그리고 한국영화.

취미로 하는 홈 베이킹

내가 처음 집에서 빵을 구워본게 초등학교 6학년쯤이던가, 집에 오븐이 있는데 엄마가 안쓰길래 내가 써봤다. 재밌더라. 집에서도 열심히 만들어먹고 친구들한테도 나눠주고 신나게 베이킹하다가 팔뚝 데였던 화상 흉터가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학교에서 반 애들한테 몇백원에 빵이랑 쿠키 팔다가 담임쌤한테 금지당한적도 있다. 난 기억 안나는데 친구가 말하길 “나 그때 500원 내고 주문했는데 못받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 친구… 담에 또 밥살게…)

그렇게 뭐 만들어먹고 하는걸 좋아했는데 한해 두해 바쁘게 살다보니 다 잊고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내가 2020년 프랑스 락다운으로 인해 집에 갇혀 지내면서 다시 베이킹에 취미를 들였다.

빵 굽는 냄새를 맡다보면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내가 만든 디저트를 남들이 맛있게 먹어주는것도 너무 좋다.

주말이나 쉬는 날마다 계속 새로운걸 도전하는데, 매번 “다음번엔 뭐하지”하고 고민하는게 너무 즐겁다. 왜 세상엔 이렇게 맛있는게 많을까? 만들건 많은데 둘이서 다 먹지를 못해서 계속 냉장고에 디저트가 쌓여간다. 이래서 애를 낳아야 하는건가 (?)

뜨개질

인스타그램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뜨개질 하느라 정신 없다. 이 모든 것은 드라마 스타트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스타트업에서 남도산이 뜨개질을 하는 Geek캐릭터로 나오는데, 거기서 열심히 수세미를 뜨는게 아니던가! 그 수세미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한국 갈 때마다 잔뜩 사서 오는 아크릴 수세미. 다만 한국에 못간지 한참 되고, 내 수세미 스톡은 다 떨어져 가던 차에, 남도산이 수세미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만들어 봐야지!!!” 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수세미 실을 잔뜩 구매하고, 주변에도 엄청 나누어주기 시작. (나중에서야 이 수세미가 환경에 좋지 않다는걸 알았지만…. 이왕 산 실들은 다 써야지 ㅠㅠ)

아크릴 수세미를 단 한번도 써본적이 없는 남편 가족들을 신세계로 인도하고(?) 관심이 생긴 시누이와 시조카에게도 코뜨개 하는법을 알려주었는데, 시조카가 대바늘 배워보고싶다는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아니 내 전문분야가 대바늘인건 또 어찌알고….

시조카는 11년생으로 여기서는 9살,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된 여자아이라서 뜨개질은 좀 어렵지 않을까 잠깐 고민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도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겨울에 할머니한테 뜨개질 하는 법을 배웠는데, 시조카도 당연히 할 수 있지 ! 하는 마음에 개인레슨 시작.

마침 시누이도 뜨개질을 배워보고 싶다길래, 시댁에 묵는 주말동안 두 수강생한테 열심히 안뜨기 겉뜨기 알려주고, 자 이제 알아서 목도리 짜봐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양말도 두짝이나 떴는데 시누이나 조카한테서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목도리 끝냈어?” 하고 물어보니 몇번이고 코 빠뜨려서 다 풀고, 다시짜고, 다 풀고, 다시짜고 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역시 저 나이 애들한텐 어렵나… 근데 나는 했는데….?”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딱 저나이때쯤 할머니한테서 뜨개질 하는 법 배우고 노란 목도리 하나 끝낸건 맞는데, 나는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할머니가 다 끝내신게 팩트였다. 하긴, 저 나이때 목도리 하나 끝내는 인내심이 있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시누이가 도와주면 좋을텐데 시누가 우리 할머니처럼 뜨개질 고수(?)도 아니었고, 본인꺼도 못 끝내는 판에 시조카꺼를 대신 떠주는건 역시 무리였나보다.

귀엽고 안쓰러운 마음에 시조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레번클로 색깔 실 사와서 (그나저나 왜 얘는 마이너 기숙사를 좋아할까) 금방 끝내서 건네줬다. 이제 봄이라 목도리 진짜 매려면 한참은 기다려야겠지만, 그래도 손 뜨개질로 만든 작품 하나 가지고 있으니 좋은가보다!

직장동료가 최근에 임신을 했길래 선물로 아기 덧신을 짜줬는데, 정말 너무 좋아해줘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또 만들어서 선물하게 주변에 누구든 빨리 임신했음 좋겠다!!! (?)

한국영화

넷플릭스에서 낙원의 밤을 본 이후부터인가, 한달째 한국영화 몰아보기를 하고있다.

낙원의 밤에 감동을 받았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낙원의 밤은 한 번 보는거로 충분하다.) 한국식 느와르 영화에 갑자기 필이 꽃혀서 모든 피터지는 한국식 느와르, 스릴러 등을 연달아 보다가 이제와서는 모든 한국 유명한 영화들을 다 골라서 보고있다. 그 중에는 매우 유명한 작품인데도 내가 어렸을 때 나온지라 한 번도 보지 못한 영화도 있고, 어쩌다보니 시기를 놓쳐 보지 못한 영화도 있다.

월요일에 회사가서 직장동료들이랑 얘기하는데 “주말에 뭐했어? 라길래” “뜨개질하면서 영화봤어.” 라고 대답했다. 무슨 영화냐 물어보길래 “엉 악마를 보았다라고 한국영환데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한테 복수하는 얘기야. 재밌더라 함 봐봐” 라고 얘기했다가 뜨개질하면서 피튀기는 영화보는 또라이(?)라고 잠깐 놀림받았다.

요즘은 느와르나 스릴러만 보는 것도 아니고, 멜로영화로도 영역을 넓혔고, 아직은 한국영화가 주지만 인도영화도 몇개 봤다.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씩 보면서 되새기는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조만간 영화 감상문을 블로그에 적어볼까 한다! 그럼 나중에 한번 더 볼때, 내가 지난번에 이 영화를 볼 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겠지. 기대된다! 두근두근!